미국 기업들이 관세 환급금으로 무려 1,000억 달러(약 138조 원)를 돌려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소비자 가격 인하로 돌아올 가능성은 15~20%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역시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가격은 오를 때는 빠르지만, 내려올 때는 왜 이렇게 느린 걸까요.

기업은 환급받았는데, 가격 인하는 어디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지난 5월부터 기업들에 환급이 시작됐는데,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월마트 29억 달러, 애플 22억 달러, 포드 13억 달러. 수치만 봐도 입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곧바로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달 전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주 사던 주방용품 가격이 30% 가까이 오른 걸 봤는데, 그때 판매 페이지에는 "원자재 비용 상승과 수입 비용 증가로 인한 가격 조정"이라는 안내가 떡하니 붙어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도 가격은 그대로였습니다.
여기서 관세 전가(pass-through)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관세 전가란 기업이 수입 과정에서 발생한 관세 비용을 제품 판매 가격에 얹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오를 때는 빠르게 반영되지만, 비용이 줄었을 때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역방향 관세 전가는 현실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출처: 도이체방크). 도이체방크의 브렛 라이언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가격에는 수요가 가장 중요하다"며 "관세 환급은 월마트의 가격 결정 알고리즘에서 우선순위 근처에도 못 갈 것"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월마트는 29억 달러를 환급받았다고 발표하면서 같은 자리에서 연료를 제외한 미국 매장 매출 증가율이 이번 분기 2.6%로 1년 전 4.6%에서 큰 폭으로 둔화됐다고도 밝혔습니다. 휘발유 값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비가 위축된 탓입니다. 가격 인하가 환급 덕분인지, 아니면 부진한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방어적 전략인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점이 제가 가장 불편하게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기업 관세 대응을 자문하는 피콕관세컨설팅의 카일 피콕 대표는 미국 가구가 지난해와 올해 관세 때문에 평균 1,700달러(약 236만 원)를 추가로 부담했다고 추산했습니다(출처: 이데일리 보도). 그런데 환급이나 가격 인하로 소비자에게 돌아올 몫은 그중 15~20%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전망입니다. 나머지 80~85%는 기업의 운영 비용이나 불확실성에 대한 완충재로 쓰인다는 이야기입니다.
- 월마트: 29억 달러(약 4조 252억 원) 환급 — 매출 증가율은 오히려 둔화
- 애플: 22억 달러(약 3조 536억 원) 환급 — 소비자 환원 계획 미발표
- 홈디포: 7억 3,000만 달러 환급 — "에너지 비용 상승 등 예상치 못한 비용 상쇄에 사용"
- 페덱스·UPS: 운송 과정에서 고객에게 받은 관세였기에 환급금 고객 반환 창구 개설
- 아마존: "제한된 경우"에 한해 수입 부담금을 고객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힌 유일한 유통 대기업
소상공인에게 돌아간 건 적자와 신용카드 빚이었다
대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환급받는 동안, 소상공인에게 돌아온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직접 가까이서 본 장면들이 겹쳤습니다. 동네에서 오래 운영하던 수입 잡화 가게 사장님이 "수입 비용이 너무 올라서 더 이상 못 버티겠다"며 가게 문을 닫던 모습, 근처 작은 문구점에서 "어쩔 수 없이 가격 올렸는데 손님이 확 줄었다"던 이야기가 이번 기사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미네소타의 유아용품업체 비지베이비는 이번 관세 환급으로 5만 달러(약 6,940만 원)를 돌려받았습니다. 그런데 창업자 베스 베니케는 이 금액이 손실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밝혔습니다. 실리콘 식탁매트 등의 가격을 올렸더니 매출이 바로 떨어졌고, 결국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사업자가 떠안았습니다. 신용카드로 14만 달러(약 2억 원)를 끌어썼고, 직원 절반을 내보냈으며, 지난 1년간 매출은 절반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여기서 가격 탄력성(price elasticity)이라는 개념이 현실적으로 작동합니다. 가격 탄력성이란 가격이 변했을 때 소비자의 구매량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대기업은 브랜드 파워나 유통망 덕분에 탄력성이 낮아서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어느 정도 따라오지만, 소상공인은 경쟁 제품이 많고 대체재가 쉽게 구해지다 보니 조금만 가격을 올려도 손님이 빠져나갑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잔인한 구조입니다.
더 씁쓸한 건 관세 자체가 부과되는 구조입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수입업체 33만 곳에서 걷은 관세는 총 1,680억 달러(약 233조 원)에 달합니다. 이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에 녹아들어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나눠 부담한 셈인데, 환급이 이뤄져도 그 혜택은 협상력이 있는 대기업 쪽으로 비대칭하게 집중됩니다. 관세 귀착(tax incidence)이라는 개념이 여기 적용됩니다. 관세 귀착이란 세금이나 관세 부담이 실제로 누구에게 떨어지는지를 분석하는 경제학 개념으로, 명목상 납부자(기업)와 실질적 부담자(소비자·소상공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홈디포가 환급금을 "에너지 비용 등 예상치 못한 비용 압박을 상쇄하는 데 쓰겠다"고 밝힌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예상치 못한 비용'을 왜 소비자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구조, 즉 기업은 자신의 비용 구조를 정확히 알지만 소비자는 그 내막을 거의 알 수 없는 이 불균형이야말로 가격 결정 과정에서 소비자가 늘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근본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국 기업들이 환급받은 관세, 소비자한테 얼마나 돌아오나요?
A. 피콕관세컨설팅의 분석에 따르면 환급이나 가격 인하 형태로 소비자에게 돌아올 몫은 전체의 15~2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됩니다. 나머지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나 기타 운영 비용 충당에 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이 환급금을 어디에 쓰는지는 소비자 입장에서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Q. 관세가 오르면 왜 제품 가격도 같이 오르는 건가요?
A. 이를 관세 전가(pass-through) 현상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수입 단계에서 발생한 관세 비용을 판매 가격에 얹어 소비자에게 넘기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전가가 비용이 올라갈 때는 빠르게 일어나지만, 반대로 비용이 줄었을 때는 가격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비대칭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Q. 왜 소상공인이 대기업보다 관세 피해를 더 크게 받나요?
A. 대기업은 브랜드 인지도와 협상력 덕분에 관세 비용을 가격에 어느 정도 전가하거나 공급망을 조정할 여력이 있습니다. 반면 소상공인은 가격 탄력성이 높은 시장에서 경쟁하기 때문에 조금만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떠나버립니다. 결국 관세 부담을 사업자가 직접 흡수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Q. 미국 관세 환급은 왜 갑자기 시작된 건가요?
A.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2025년 5월부터 환급이 시작됐습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수입업체 33만 곳에서 걷은 관세는 총 1,680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현재까지 1,000억 달러가 환급된 상태입니다.
결론
관세는 정부와 기업 사이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가 이번 기사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건, 그 비용이 결국 제품 가격이라는 통로를 통해 소비자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개선됐을 때 혜택이 돌아오는 속도는 훨씬 느리고, 그 경로도 훨씬 불투명합니다.
정책을 설계할 때 '최종적으로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라는 관세 귀착의 시각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도 앞으로는 기업이 환급금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올 때 가격 변동 여부를 눈여겨보는 습관을 가지면 어떨까 싶습니다. 정보 비대칭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결국 소비자 스스로 관심을 갖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