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화만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건 반쪽짜리 답이었습니다. 해외에서 길거리 상점에 대마 관련 제품이 아무렇지 않게 진열된 걸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독일이 부분 합법화 2년 만에 유럽 최대 합법 대마 시장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때 느꼈던 묘한 감각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유럽 최대 시장이 된 독일, 숫자로 본 2년
제가 처음 유럽 여행 중 대마 관련 제품을 접했을 때는 "나라마다 법이 다르니까"라고 단순하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독일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단순히 법 차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독일연방보건연구소(출처: 독일연방보건연구소(BfR))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의료용 대마 수입량은 2024년 1분기 8,143kg에서 올해 1분기 5만 539kg으로 6배 이상 뛰었습니다. 함부르크대 연구진은 지난해 독일에서 유통된 대마가 200톤을 넘는다고 밝혔고, 시장 규모는 약 9억 9,700만 달러(약 1조 3,838억 원)에 달합니다.
2024년 당시 올라프 숄츠 총리의 좌파 정부가 통과시킨 법은 성인의 대마 소지와 개인 재배를 허용하고, 처방 기반 합법 판매 범위도 넓혔습니다. 법이 바뀌자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팽창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합법화하면 불법 시장이 줄어들고 소비도 안정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그 부분은 어느 정도 맞았습니다. 대마 관련 범죄는 약 3분의 2가량 감소했고, 전체 소비량도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2년간의 평가 작업을 이끈 야코프 만타이 연구원도 "불법 시장은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소비량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 의료용 대마 수입량: 2024년 1분기 8,143kg → 2025년 1분기 50,539kg (약 6배 증가)
- 지난해 독일 내 유통 대마: 200톤 이상, 국내 생산분은 2.6톤에 불과
- 합법 대마 시장 규모: 약 9억 9,700만 달러(약 1조 3,838억 원)
- 대마 관련 범죄: 약 3분의 2 감소, 전체 소비량은 안정적 유지
- 처방 없이 구하는 이용자 비율: 여전히 절반 이상
그런데 저는 이 숫자들을 보면서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처방 없이 대마를 구하는 이용자가 여전히 절반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지인을 통한 이른바 '사회적 공급'이 35.2%, 직접 재배가 21%로, 합법화 이후에도 공식 경로 밖에서의 유통이 상당하다는 뜻입니다. 법이 허용 범위를 넓혔어도, 소비 행태 자체를 완전히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THC 부작용과 합법화의 한계, 숫자 뒤에 가려진 것들
합법화가 곧 안전을 보장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가장 위험한 착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부르크대 연구진이 밝힌 내용 중 제가 특히 눈여겨본 부분은 대마 관련 입원이 늘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원인은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농도가 높은 품종의 증가입니다. 여기서 THC란 대마의 주요 환각 성분으로, 농도가 높을수록 신체적·정신적 부작용 위험이 커지는 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대마라도 제품에 따라 '독성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뜻입니다.
야코프 만타이 연구원은 THC 농도를 제품에 명확히 표시하고 치료 목적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주요 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은 근육 이완 효과만 있고 환각 작용이 없는 성분인데, 그는 생산자들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어 근거 없는 제품을 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가 해외에서 CBD 표기 제품들이 일반 상점에서 버젓이 팔리는 걸 봤을 때는 그냥 건강식품 같은 건가 싶었는데, 이런 맥락을 알고 나니 그 느슨한 분위기가 달리 보였습니다.
보수 진영의 반발도 거셉니다. 크리스티안 사회연합(CSU) 소속 알렉산더 도브린트 내무장관은 해당 법을 "형편없는 법"이라고 직격하며 예방과 단속 체계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카린 프린 기독민주당(CDU) 가족부 장관은 대마가 더 강한 마약으로 넘어가는 통로, 이른바 '게이트웨이 드러그(gateway drug)'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게이트웨이 드러그란 처음에는 비교적 가벼운 약물로 시작했다가 점차 더 강한 약물로 이행하게 되는 경로가 되는 물질을 뜻합니다.
다만 독일경제연구소(출처: 독일경제연구소(DIW))의 안나 빈틀러 이코노미스트는 코카인, 크랙, 메스암페타민 사용 증가가 대마 합법화 이전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점을 근거로, 대마 합법화와 강성 마약 확산 사이의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수에서 검출되는 코카인과 크랙 흔적이 2년 사이 거의 두 배가 됐지만, 이 추세는 합법화 이전부터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금지와 철회보다 교육과 예방이 더 효과적인 방향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술과 담배가 떠올랐습니다. 한국에서도 법적으로 허용된 술과 담배는 성분 표시, 경고 문구, 연령 제한 등 촘촘한 규제 아래 관리됩니다. 허용하는 것과 관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는 걸, 독일의 상황이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어떤 것을 합법화할 때 진짜 핵심은 "허용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독일에서 대마 합법화 이후 범죄가 줄었나요?
A. 대마 관련 범죄는 약 3분의 2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합법화가 치안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독일의 경우 이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수치가 나왔습니다. 다만 전체 범죄 지표가 아닌 대마 특정 범죄 기준이므로, 사회 전반의 치안 변화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THC랑 CBD가 어떻게 다른가요?
A.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는 대마의 환각 성분으로, 농도가 높을수록 신체적·정신적 부작용 위험이 큽니다. CBD(칸나비디올)는 근육 이완 효과는 있지만 환각 작용이 없습니다. 문제는 생산자들이 규제 빈틈을 이용해 근거 없는 제품을 CBD 명목으로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Q. 대마 합법화가 코카인 같은 강성 마약 사용을 늘리나요?
A. 독일경제연구소(DIW)의 분석에 따르면, 코카인·크랙·메스암페타민 사용 증가는 대마 합법화 이전부터 시작된 추세였습니다. 때문에 대마 합법화와 강성 마약 확산 사이의 직접적 인과 관계는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장기적 데이터 축적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Q. 독일에서 대마를 처방 없이 구하는 게 아직도 많다고 하던데 왜요?
A. 지난해 하반기 조사 기준으로,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지인을 통한 '사회적 공급'(35.2%)이나 직접 재배(21%) 같은 비공식 경로를 택하고 있습니다. 부분 합법화로 처방 경로가 열렸지만, 처방 절차의 번거로움이나 비용 문제 등으로 공식 경로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Q. 독일 정부가 지금 대마 규제를 다시 강화하려는 건가요?
A. 현재 독일 보건부는 의료용 대마가 오락용으로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 법안 초안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다만 사회민주당(SPD)이 반대하고 있어 가을 의회 논의까지 진통이 예상됩니다.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중심의 보수 진영은 청소년 보호와 중독 예방 강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결론
제가 해외에서 대마 관련 제품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낯섦이, 이번 독일 사례를 보면서 좀 더 구체적인 형태로 정리됐습니다. 합법화는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닙니다. 독일의 2년을 보면, 불법 시장을 줄이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THC 고농도 제품으로 인한 입원 증가, 비공식 유통 지속, 규제 빈틈을 노린 제품 판매 같은 새로운 과제들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어떤 것을 사회적으로 허용할 때는 개인의 자유만큼이나 그 이후에 따라오는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분 표시 의무화, 청소년 접근 차단, 중독 예방 교육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제도들이 결국 합법화의 성패를 가를 것 같습니다. 독일의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