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GDP의 3%를 국방비로 쓰겠다는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일정표를 이번 예산안에 담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토(NATO)가 2035년까지 GDP 3.5% 달성을 회원국에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솔직히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국방비 얼마 쓰느냐'가 왜 이렇게 복잡한 문제인지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치를 하나씩 뜯어보니, 단순한 예산 배분 문제가 아니라는 게 분명히 보였습니다.
나토 목표, 왜 3%·3.5%인가 — 배경과 맥락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오랫동안 회원국들에게 GDP 대비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권고해왔습니다. 여기서 GDP(국내총생산)란 한 나라가 일정 기간 동안 만들어낸 재화와 서비스의 총합으로, 국가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나라 살림의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기준 자체가 크게 올라갔습니다. 나토는 2025년 정상회의에서 직접 군사비 지출 목표를 GDP의 3.5%로 상향 설정했습니다(출처: NATO 공식 홈페이지). 영국이 추진하는 GDP 3% 목표는 이 3.5%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에 해당합니다.
제가 최근 뉴스를 보면서 느낀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곳곳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걸 보면서 '국방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명분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유럽 전역이 안보 위기감을 실감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문제는 이 목표가 외부에서 주어진 숫자라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라는 정치적 외압이 목표 상향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사실은, 이 수치가 각국의 실제 안보 필요와 재정 여건을 꼼꼼히 따진 결과라기보다 협상 테이블에서 도출된 정치적 숫자일 수 있다는 의문을 품게 합니다.
- 기존 나토 권고 기준: GDP 대비 2%
- 영국의 중간 목표: GDP 대비 3% (시한 미정)
- 나토 최종 목표: GDP 대비 3.5% (2035년까지)
재정 압박의 실체 — 숫자 뒤에 숨겨진 문제
이번 예산안의 핵심을 이해하려면 DIP(국방투자계획·Defence Investment Plan)라는 개념부터 짚어야 합니다. DIP란 영국 정부가 수립한 3개년 국방 지출 로드맵으로, 쉽게 말해 '앞으로 3년간 국방에 이 돈을 쓰겠다'는 청사진입니다. 그런데 현재 이 DIP에서 연간 12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2조 2천억 원에 달하는 재원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 수치가 제게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연간 2조 원이 넘는 구멍이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2030년까지 3% 달성'이라는 목표를 얹으면 재정 부담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됩니다. 존 힐리 재무장관이 스타머 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DIP로는 2030년 3%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며 사임했던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재정 건전성(Fiscal Sustainability)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결정은 사실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재정 건전성이란 국가가 과도한 부채 없이 지출과 수입의 균형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재원 확보도 안 된 상태에서 더 큰 목표를 공표하는 것은 오히려 신뢰를 잃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앤디 버넘 정부는 그래서 이번 예산에서는 일정 발표보다 기존 DIP 재원 100%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택한 것입니다(출처: 영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
한 가지 더 제가 주목하게 된 부분이 있습니다. 국방비 확대를 위한 재원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국가 예산은 고무줄이 아닙니다. 국방비를 GDP 3%까지 끌어올리려면 세수를 늘리거나, 다른 분야의 지출을 줄이거나, 아니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선택지 모두 일반 시민의 생활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균형 전략이란 무엇인가 — 국방과 민생 사이
제 주변에서 의료비나 육아비, 주거비 때문에 실제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이 문제가 숫자 싸움 이상이라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국가 예산의 배분은 결국 '누구의 필요를 더 시급하게 봐주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방비를 GDP의 3%로 끌어올리면서 교육이나 사회보장 예산이 연동하여 줄어든다면, 당장 생활에서 느끼는 불만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국가 안보는 모든 복지의 전제 조건이라는 반론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도, 복지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논리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영국 사례를 보면서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입니다.
방산 예산 집행의 효율성(Cost Efficiency)은 국방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약점입니다. 여기서 Cost Efficiency란 투입한 비용 대비 실제로 달성한 군사적 성과의 비율을 뜻합니다. 단순히 예산 규모를 GDP의 몇 퍼센트로 고정하는 방식은 이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배정해 놓고 방만하게 집행한다면, 납세자 부담만 늘고 실질적인 국방력 강화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어느 분야에서든 비슷하게 반복됩니다.
정부 대변인은 "지출 검토에서 2035년까지 3.5%라는 나토의 약속을 지키고 그 경로에 3%를 달성하는 목표 일자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솔직히 이 발언에서 느낀 것은 '명확한 일정 없이 방향만 제시하는 것이 과연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면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 다른 분야 예산에는 어떤 영향이 가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나토가 GDP 3.5% 목표를 정한 이유가 뭔가요?
A.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 압박이 직접적인 계기였습니다. 나토는 2025년 정상회의에서 기존 2% 권고를 대폭 상향해 2035년까지 직접 군사비를 GDP의 3.5%로 끌어올리도록 합의했습니다. 러시아의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럽 각국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정입니다.
Q. 영국이 이번에 2030년 목표 일정을 발표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되나요?
A. 나토 동맹국들에 보내는 신호 측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DIP에서도 연간 12억 파운드의 재원이 미확보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현 불가능한 일정을 무리하게 발표하는 것보다 기존 계획의 재원부터 확보하겠다는 논리도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결국 내년 지출 검토에서 어떤 일정이 나오느냐가 실질적인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국방비를 늘리면 복지 예산이 줄어드는 건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세수를 크게 늘리거나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는 한 다른 분야의 예산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국방비 재원을 세금 인상으로 충당하면 가계 부담이 늘고, 다른 지출 항목을 줄이면 복지·교육·인프라 예산이 영향을 받습니다. 어느 경로든 일반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Q. 존 힐리 장관은 왜 국방장관 시절에 사임했나요?
A. 힐리 장관은 스타머 정부의 DIP로는 2030년까지 GDP 3% 국방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반발하며 국방장관직을 사임했습니다. 이후 앤디 버넘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그 본인이 동일한 이유로 2030년 목표 일정 발표를 이번 예산안에서 유보한 상황입니다.
결론
이번 영국 사례를 들여다보면서 제가 정리하게 된 생각은 하나입니다. 국방비 목표를 GDP의 몇 퍼센트로 설정하는 방식은 국제사회에 신호를 보내는 데는 유효하지만, 그 숫자만으로 국민에게 정당성을 설득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국방이냐 복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한정된 세금을 얼마나 균형 있게 배분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가 시민의 신뢰를 결정합니다.
재원 조달 방식과 다른 예산 항목에 대한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방비 집행의 효율성을 꾸준히 점검하는 것. 제가 보기에 그것이 숫자 목표보다 먼저 해야 할 정부의 역할입니다. 영국 정부가 내년 지출 검토에서 어떤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