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올해 상반기 약 31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기업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숫자를 직접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오랫동안 믿어온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실적은 단순한 뉴스 한 줄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CXMT 상반기 실적, 숫자가 말해주는 것
창신메모리가 공개한 2025년 상반기 실적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두 번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매출액 1,503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31조 원. 전년 동기 대비 8배 넘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상장 전 스스로 제시했던 전망치(1,100억~1,200억 위안)도 훌쩍 넘겼습니다.
지배주주 순이익 역시 지난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습니다. 여기서 지배주주 순이익이란, 자회사나 소수 지분을 제외하고 모회사 주주에게 귀속되는 실질적인 이익을 뜻합니다. 단순히 매출이 늘어난 게 아니라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배경으로는 전 세계적인 D램(DRAM)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꼽힙니다. D램이란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쓸 수 있도록 해주는 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로, 현재 AI 서버 확대와 함께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창신메모리는 이 흐름을 타고 범용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한 것으로 보입니다(출처: 네이버뉴스).
- 2025년 상반기 매출: 약 1,503억 위안(한화 약 31조 원)
-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 8배 이상
- 상장 전 자체 제시 전망치(1,100~1,200억 위안) 대폭 초과
- 지배주주 순이익: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
CXMT 추격, 예전 중국 제품과는 다른 이야기
예전에 "중국산"이라는 말은 저한테도 솔직히 가격 싸고 품질 아쉬운 이미지였습니다. 스마트폰이든 가전이든, 실제로 써봤을 때 마감이나 내구성에서 아쉬운 부분이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 경험상 최근 2~3년 사이는 이게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주변에서도 중국산 전기차나 배터리를 쓰고 나서 생각보다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그 매출을 기술 개발에 재투자해 품질을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미 그 과정을 목격했고, 배터리와 전기차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반도체 역시 이 패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창신메모리가 범용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거기서 벌어들인 수익을 연구개발(R&D)과 생산 인프라에 쏟아붓는다면, 지금은 격차가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은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다른 분야에서 이 평가가 뒤집히는 걸 이미 봐왔기 때문에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삼성·SK하이닉스 주가, 지금 불안해할 이유가 있나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실적 발표가 신경 쓰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과거에도 중국 메모리 기술 개발 소식이나 창신메모리 상장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출렁였습니다. 이번 상반기 실적 발표 역시 외국인 수급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당장 주도권이 넘어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는 두 가지 시각이 충돌한다고 느낍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HBM(High Bandwidth Memory)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한 고대역폭 메모리로, 쉽게 말해 AI 연산처럼 데이터를 대량으로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 최적화된 반도체입니다. 창신메모리가 범용 D램에서 약진하고 있더라도 이 첨단 영역까지 단숨에 따라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범용 D램 시장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도 영향이 생깁니다. 실제로 D램 가격 변동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해왔습니다(출처: KIS Value 반도체 시장 분석). 제가 보기에 지금 시장이 두려워하는 건 창신메모리가 당장 HBM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범용 시장의 가격 압박이 국내 기업의 현금 흐름에 구멍을 내는 시나리오입니다.
반도체 투자,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제가 이번 기사를 보면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건 창신메모리의 실적 자체보다, 우리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였습니다. 현재 기술 격차에 안심해서 방어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중국이 범용 시장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첨단 영역까지 차근차근 올라오는 타이밍을 놓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 하나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팹(Fab), 즉 반도체 생산 공장은 한 곳을 짓는 데만 수십조 원이 들고, 그 안에서 일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을 키우는 데는 수년이 걸립니다. 쉽게 말해 인프라와 인재가 동시에 갖춰져야 기술이 의미를 가집니다. 중국이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자금을 이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단기 경쟁이 아닌 장기 구도로 바라봐야 할 이유입니다.
제 경험상 한 분야에서 "우리가 앞서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은, 경쟁자가 격차를 줄이고 있는데 내부에서 변화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할 때입니다. 기업은 HBM 같은 첨단 메모리 연구개발에 투자를 이어가야 하고, 정부는 단기 보조금보다 반도체 인력 양성과 생산 인프라의 장기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창신메모리 실적을 국내 반도체주의 단순 악재로만 소비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너무 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창신메모리(CXMT)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실제로 위협할 수 있나요?
A. 당장 HBM 같은 첨단 메모리 영역에서 경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범용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고, 거기서 확보한 자금이 R&D로 흘러들어가면 장기적으로 기술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중국의 다른 산업들이 이 과정을 이미 밟아왔다는 점에서, 저는 낙관론보다 중간 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Q. HBM이 뭔지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HBM(High Bandwidth Memory)은 D램 칩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메모리입니다. AI 연산처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 특화돼 있고,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창신메모리는 아직 이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양산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창신메모리 실적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에 바로 영향을 주나요?
A. 과거 패턴을 보면 중국 반도체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국내 메모리 주가가 단기 변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만 주가는 단 하나의 요인으로 움직이지 않고, 외국인 수급이나 글로벌 D램 가격 흐름, 실적 발표 시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창신메모리 실적이 악재 요인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방향이 결정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나요?
A. HBM을 포함한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최상위권이라는 평가가 유효합니다. 다만 제가 걱정스러운 부분은 '지금 잘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앞으로도 계속 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느냐'입니다. 인력 양성과 생산 인프라 투자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금 시점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결론
창신메모리의 이번 실적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숫자였습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라는 시선으로만 보기엔, 이미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분명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같은 첨단 영역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범용 D램 시장의 경쟁 심화가 수익성을 압박하고 중국이 그 수익을 다시 기술 개발에 쏟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장기적으로 지금의 격차를 유지하기가 녹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를 단순한 주가 악재로 소비하기보다, 우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장기 투자와 인력 확보의 필요성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