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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이후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가격이 전쟁 이전 대비 150% 가까이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가 50% 오른 것과 비교하면 세 배 차이입니다. 저도 여름이 지나고 전기요금 고지서를 확인하다가 "이게 왜 이렇게 나왔지?" 싶었던 경험이 있는데, 그 배경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있다는 걸 그때서야 실감했습니다.

중동전쟁이 LNG 가격을 어떻게 흔들었나
동북아 LNG 가격의 기준이 되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JKM(Japan Korea Marker)인데, 일본과 한국이 LNG를 얼마에 사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격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동북아 지역의 LNG 현물 시세표라고 보면 됩니다.
지난 2월 말 기준 MMBtu(백만 영국열량단위, LNG 거래에 쓰이는 에너지 단위)당 10.94달러였던 JKM은 지난 18일 약 27달러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44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수치입니다(출처: 로이터통신). 국제유가 기준지표인 브렌트유 선물이 같은 기간 50% 오른 것과 비교하면, LNG는 세 배 속도로 뛴 셈입니다.
가격을 끌어올린 직접적인 원인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였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란 페르시아만에서 세계로 LNG와 원유를 실어 나르는 핵심 해상 운송로입니다. 세계 LNG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합니다. 해양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공습을 재개한 뒤 7월 12일부터 28일 사이 LNG선 통항량이 사실상 0을 기록했습니다. 저도 물류 관련 업무를 하면서 특정 경로에 의존도가 높을 때 한 곳이 막히면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경험했는데, 호르무즈 해협이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여름철 아시아와 유럽이 동시에 물량 확보 경쟁에 나섰습니다. 아시아는 냉방용 전력 수요로 LNG를 끌어당겼고, 유럽은 겨울에 쓸 재고를 미리 쌓으려 했습니다. 공급은 막힌 상태에서 수요가 양쪽에서 동시에 터지자 가격은 빠르게 올랐습니다. JKM 현물가격은 6월 평균 MMBtu당 17.33달러에서 7월 평균 19.10달러로 올랐습니다.
- JKM(Japan Korea Marker): 동북아 LNG 현물 가격 기준 지표
- 2월 말 대비 7월 중순 상승률: 약 150% (브렌트유는 동기간 50%)
- 7월 12~28일 호르무즈 해협 LNG선 통항량: 사실상 0건
- 아시아 냉방 수요 + 유럽 겨울 재고 확보가 동시에 가격 압박
공급망 취약성, 직접 겪어보니 더 실감했습니다
선물시장은 이미 겨울까지 LNG 가격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JKM 11월물 선물은 지난 14일 MMBtu당 28.90달러에 마감됐습니다. 여기서 선물(先物)이란 미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상품을 사고팔겠다는 계약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시장 참가자들이 "올겨울 LNG는 이 가격 수준일 것이다"라고 베팅한 숫자입니다. 12월물과 내년 1월물도 각각 28.76달러, 28.66달러로 거의 비슷한 수준에 형성됐습니다.
제가 물류 업무를 하면서 느낀 건, 공급망에서 병목(bottleneck) 지점이 하나만 생겨도 전체 흐름이 멈춘다는 점입니다. 병목이란 전체 흐름 중에서 가장 좁고 취약한 지점을 뜻하는데, 호르무즈 해협이 LNG 공급망의 전형적인 병목입니다. 생산 설비가 충분히 돌아가더라도 물량이 통과할 수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아시아 전체 LNG 수입량도 그 영향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케플러 자료에 따르면 세계 최대 LNG 수입 지역인 아시아의 9월 LNG 인도 물량은 약 2,009만 톤으로 예상됩니다(출처: 케플러(Kpler)). 2018년 9월(1,988만 톤) 이후 같은 달 기준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8년 만에 가장 적은 수입량입니다. 아시아가 소화하지 못한 물량은 유럽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유럽의 LNG 수입량은 8월 755만 톤에서 10월 1,053만 톤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고가 LNG를 살 여력이 줄어든 아시아 물량이 유럽으로 빠지고, 그게 다시 유럽 가스값(TTF)을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TTF(Title Transfer Facility)란 유럽의 대표적인 천연가스 가격 지표로, 6월 MMBtu당 13.19달러였던 TTF는 7월 18.0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한 지역의 공급 차질이 전혀 다른 대륙의 가격까지 흔드는 연쇄 반응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에너지안보, 우리 전기요금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나
우리나라는 2025년 기준 LNG 수입 물량의 약 80%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장기계약이란 수년에 걸쳐 공급 가격과 물량을 미리 고정해두는 계약 방식으로, 현물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그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완충 역할을 합니다. 이 점은 분명히 긍정적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완충이 있어도 시차는 피할 수 없습니다. 고가로 도입된 LNG가 일정 기간이 지나 국내에 들어오면 발전비용이 오르고, 그게 결국 전기요금 압박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일반발전사업자용 천연가스 요금은 지난 6월 기가줄(GJ)당 약 1만 9,380원이었다가 석 달 만에 2만 4,807원으로 약 28% 올랐습니다. 기가줄(GJ)이란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발전소가 전기를 만들 때 들어가는 연료비를 계산할 때 씁니다.
발전비용이 오르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생기고, 기업의 생산비용이 올라가면 결국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줍니다. 저도 냉난방을 많이 쓰는 계절이 지나고 나서야 청구서를 보고 "아, 이게 국제 에너지 가격과 연결되는 거구나" 하고 뒤늦게 실감한 기억이 있습니다.
올겨울 변수는 날씨입니다. 엘니뇨(El Niño) 현상이 변수로 꼽히는데, 엘니뇨란 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따뜻한 겨울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18일 일본의 10~12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만약 동북아 겨울이 따뜻하다면 LNG 수요가 일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완화될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고, 이미 높아진 가격 수준 자체가 내려오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핵심은 이렇습니다. 에너지안보란 단순히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가격이 폭등하거나 특정 경로가 막혔을 때도 버틸 수 있는 구조, 즉 공급 다각화와 비축 역량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진짜 안보입니다. 장기계약 비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LNG 외에 다양한 발전원을 갖추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LNG 가격이 오르면 우리나라 전기요금도 바로 오르나요?
A. 바로 오르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LNG 수입의 약 80%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하고 있어 현물가격 급등의 충격을 바로 받지는 않습니다. 다만 고가로 도입된 LNG가 시차를 두고 국내에 들어오면서 발전비용이 오르고, 이것이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이 석 달 만에 28% 오른 사례가 이를 보여줍니다.
Q. 호르무즈 해협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A.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세계로 LNG와 원유를 실어 나르는 핵심 해상 운송로입니다. 세계 LNG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좁은 길목을 통과하기 때문에, 분쟁이나 봉쇄로 통항이 막히면 공급 자체가 끊기게 됩니다. 제가 물류 업무에서 경험했듯, 공급망에서 병목 하나가 막히면 생산이 아무리 충분해도 소용이 없어집니다.
Q. JKM이 뭔가요? 국제유가랑 다른 건가요?
A. JKM(Japan Korea Marker)은 일본·한국 등 동북아 지역의 LNG 현물 가격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Brent)와는 별개로, LNG 거래에 특화된 가격 지표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JKM은 브렌트유보다 세 배 빠른 속도로 오르며 LNG 시장의 충격이 원유보다 훨씬 컸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Q. 올겨울 LNG 가격은 내려올 가능성이 있나요?
A. 엘니뇨 영향으로 동북아 일부 지역에 따뜻한 겨울이 온다면 LNG 수요가 다소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10~12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습니다. 다만 선물시장에서 11월~내년 1월물이 모두 MMBtu당 28달러대에 형성되어 있어, 시장은 아직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론
전쟁은 멀리서 일어났지만, 그 파장은 고지서 한 장으로 우리 손에 닿습니다. 제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건, 에너지안보란 결국 충격을 얼마나 분산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장기계약 비율을 높이고, 공급 국가를 다양화하고, LNG 외의 발전원도 함께 확보하는 것이 단기 가격 대응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자체를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충격이 전기요금과 물가로 전달되는 속도와 크기는 준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겨울 LNG 가격 흐름과 함께 국내 전기요금 및 가스요금 고지서를 한 번 더 들여다보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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